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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라랜드, La La Land> 그냥 환상만 있는 영화
    문화예술 감상기/Movie Talk 2017. 1. 5. 22:36

    그냥 환상만 있는 영화

     

     

     

    <라라랜드>

    dir. 데미언 채즐

     

     

     

    서론 -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다수의 시선을 조금 거두어들이고, 영화에 대해 나 홀로 깊은 사유에 빠져든다면 많은 물음이 들게 하는 영화이다. 그 물음은 내 삶에 대한 통찰과 사유가 아닌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물음이고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아야하는 가에 대한 물음이다.

       가끔 이런 생각에 대해 대중예술에 대한 잣대로 나는 재단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 또한 대중이기에 약간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관용의 자세로 받아 들였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삐딱한 시선일 수도 있고, 또는 누군가에게 공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나는 불화를 위해 팬을 든 것이 아닌, 그저 다양한 스펙트럼을 내고자 함에 있다는 것을 알아줬음 한다.

     

     

     

    본론-

     

    꿈에 대한 환상

     

       이 영화에서 우리가 격하게 공감을 하는 부분은 남녀사이에 언제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꿈과 사랑사이의 갈등이다. 다수가 그 부분에 많은 공감을 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꿈과 사랑은 너무나 보편적으로 마찰을 가지게 된다. 또 다른 면으로 비추어 본다면 꿈과 현실일 수도 있겠다. 현대인들에게 이 간극은 너무나 보편적인 쓸쓸함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 대해 나는 의문이 있다. 그들의 갈등을 보자.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큰 밴드에 들어가 원치 않는 대중음악을 하는 모습을 통해 현실과 타협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관객은 약간의 안타까움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왜 그에게 그런 안타까움을 가지는 가? 세바스찬은 그저 방법을 달리한 것뿐이다. 영화 막바지에서도 알겠지만, 그는 그저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위해 방법을 달리한 것뿐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작은 재즈바를 여는 것이었다. 그 꿈을 위해 그는 자본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 자본을 위해 자신의 신념에 맞지 않는 일을 했다고 그가 나쁘게 비추어지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그리고 이 부분을 감독이 너무 안타깝게 그리고 있어 관객에 마음에 아주 깊숙하게 뿌리박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구가 너무나 감성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전반부에 세바스찬은 꿈만 꾸는 소년과 같다. 그에게 어떤 현실적 방법론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그를 매우 아름답게 그려놓았다. 이 부분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그를 우리는 매우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나의 생각에 이렇게 반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하게 꿈을 꾸는 자가 무엇이 문제겠는가?' 하지만 나는 거기에 다른 질문을 더하고 싶다. '왜 꿈을 꾸는 가?'

       꿈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환상이 아닐까? 우리는 무슨 꿈을 꾸는 것인가? 영화를 한다고 하면, 모두가 유명 평론가나 작품상 트로피를 든 감독을 꿈꾼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모든 행위가 이루어진다. 그것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과연 정말 좋아하는 일일까? 그 명예와 부가 더 탐나는 것은 아닐까?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높고 낮음이 존재하고 그 정점에 도달하고자 한다. 물론, 그 욕구는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욕구가 선행하는 가, 아니면 그 일이 선행하는 가? 이것이 궁극적으로 먼저 행해져야 할 생각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가지며 꿈을 가진다. 그 꿈은 결국 누군가를 누르고 우뚝 서는 꿈일 것이다. 그 일이 진정으로 좋아서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다른 것이다. 경쟁이 좋아하는 일에 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누가 봐주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작업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 미아(엠마 스톤)의 모습처럼 우리는 그 꿈만을 가진다.

      영화의 결말은 탁월하다. 하지만, 전반부에 너무나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관객을 혼동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은 결코 힘을 가지지 못한다. 그 점이 이 영화가 가지는 큰 단점이자 치명적인 부분이다. 꿈에 대한 환상을 너무나 심어주고 있고, 그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서 관객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던지기 보다는, 공감만 가는 얕은 이야기에 어떤 논점이 없이 마법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 되어져야할 불편함이란 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정작 감독은 마지막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앞부분에 있는 마법과 같은 장면들에 매료되어 이 영화를 정의할 것이다. 이 영화는 결국, 꿈과 사랑에 간극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간극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의 우매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함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꿈에 대한 아련한 미련을 가슴속에 남기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전작 <위플래쉬>에서와 같은 현상이다. 정작 감독 본인이 인터뷰를 통해서도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 대한민국의 관객들에게 그 반대로 작용하고 있는 현상이 보인다.(전세계적으로 어떤지는 모르겠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감독의 모호한 연출이 문제인지 고민이 된다. 그런데 둘 다 문제인거 같기도 하다.

     

     

     

    영화와 삶에 대한 환상

     

       스크린 속삶은 영화일 뿐이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는 저런 꿈을 꾸고 저 환상 속에 공감하고 빠져든다. 혹자는 영화란 꿈을 꾸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할지가 매우 의문이 든다. 영화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을 주무르고 있다. 영화는 때론 우리의 행동에 대한 동기를 주기도 하고, 문화나 패션을 주도하기도 한다. 영화가 단순히 환상으로 끝나길 바라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영화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무의식적으로 작용을 가한다. 영화 속 스토리의 환상을 삶에 끌어들여 다른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이 어떤 본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 그것을 향해 살아가고 또는 동경하며 나아갈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우리는 잡을 수 없는 구름을 잡으려 하는 것 같다. 이 영화를 파헤쳐 보자.

       이 영화 속 상황은 실상 엄청나게 보편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일단 세바스찬 처럼 음악 천재가 극히 소수일 뿐이란 점이다. 이 영화가 사실에 기반 한 공감을 형성하고 싶다면, 사실 전작 <위플래쉬>가 더 근접한 것이다. 천재를 기반에 두고 그가 돈을 벌어들이는 상황은 너무나 클리셰하게도 전개되어진다. 그러나 이 특수한 캐릭터를 우리는 좋아한다. 동경하는 것이 아닐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우리는 이 영화가 공감이 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마 나의 무의식 속에 내가 세바스찬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또는 그렇게 살고 싶다는 어떤 욕구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욕구에 공감한 것이다. 세바스찬이란 캐릭터를 많이 보아서가 아니라,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그 욕구에 공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미아라는 여성캐릭터를 보자. 미아를 바라보면 나는 경제적 상황이 궁금해진다. 미아가 저렇게 꿈을 꾸고 마지막에 너무나 클리셰하게 변해가는 저 과정의 시발점은 결국, 중산층이라는 전재가 깔린 것이다. 내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가정을 위해 몸까지 판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카메라는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여성이 그렇게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그때 우리는 그녀가 창녀가 아닌, 진정한 어머니로서 그녀에게 연민을 품게 될 것이다. 그녀에게 미아와 같은 꿈은 없다. 여기서 꿈에 대한 환상은 모순으로 다가온다. 미아가 만약 <, 다니엘 블레이크>의 캐티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우리는 저런 꿈을 꿀 수 있을까? 우리가 만약 미아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면, 캐티와 같은 캐릭터를 바라 볼 수 있을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스크린 속 상황은 결국 삶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도대체 무엇을 위해 꿈꾸는가? 캐티와 같이 생존을 위해 소박한 꿈을 꾸는 것은 왜 이야기되어지지 않는가? 나는 이 영화에 이런 부분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우리의 삶을 주무르고 있다. 그런데 그 작용이 중산층에게 귀족을 꿈꾸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면 난 거기에 철저히 반대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나에게 그리 좋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 에필로그에 대한 극찬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엔딩은 너무나 남성적 시선으로 그려진 환상이다. 영화 마지막은 남성이 우위에 있게 하는 느낌을 준다. 실상 현실에서는 그 반대가 아닌가 싶은데 이 영화는 남성을 옹호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남성 본인이 그렇게 소외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지 두 사람에 관계는 누가 잘했고, 못 했고를 보려면 전개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은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 너무 편협적인 판단을 하게 만든다. 남성입장에서는 자신의 소외감을 드러내게 하고, 여성입장에서는 좀 불편한 감정이 들게 만들 것이다. 감독의 의도가 그것이 아님에도 이 장면은 남성과 여성의 불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성이 남자를 배신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그 사이에 과정이 너무나 생략되어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 세바스찬도 연애과정에서 미아와 충분한 대화가 있지 못했다. 그런데 그를 너무 치켜세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부분을 극찬하는 것도 무슨 심리가 작용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통에 대한 환상(또는 착각)

     

       영화는 전통에 대하여 논하지만, 감독 본인의 영화는 전통적이지 않다. 혹자는 할리우드 황금기의 뮤지컬영화에 대한 전통이라고 서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영화사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 협소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사에 있어 할리우드 황금기는 한부분일뿐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또 누군가는 롱테이크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롱테이크에 대한 영화사적 의미(미쟝센 이론)를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에서 롱테이크는 전통에 정통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디가 롱테이크인지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 영화는 재즈라는 분야에 관심이 많은 감독의 개인적 취향이 가미된 전통을 논하는 것일 뿐, 영화적 맥락에서 전통을 넓게 확대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감독이 전통에 대한 논의를 영화 속 재즈라는 소재를 넘어 영화 전체에 까지 확대해서 해석하려 했다면, 그것이 더 어리석은 모습일 것이다. 차라리 이 부분에 대하여 포인트를 안 잡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착각과 반감을 덜 사는 행위일 것이다.

       영화에 있어 전통이 무엇인가? 그걸 논하려면 일단 루미에르 형제의 영화부터 접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재즈를 그렇게 좋아하면 그냥 음악을 하지.......’

     

     

     

    마무리-

     

       이 영화는 이렇게 껄끄러운 부분이 꾀나 있다. 그리 깊게 생각하고 만든 영화 같지는 않고, 감독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해본 거 같다.

       나는 한 영화가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내가 영화를 보는 시점은 현실과 연결점이 없다면 매우 박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 영화예술이 가지는 아름다움 일까? 너무나 가벼운 고민들을 굉장히 심각하게 나누고 거기에 격하게 공감하는 우리의 감정적 반응도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 많은 스크린의 가려 뒤에서 쓸쓸이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는(그렇지만 불평하지 않는) 어떤 작은 스크린들이 있다. 그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지 못하는 그 성공이라는 환상을 꿈꾸지도 못하고, 생리대 하나가 필요해서 끙끙대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내 말이 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Best의 개념을 붙이는 것도 좀 웃긴 거 같다. 이 영화는 일상을 환상으로 재미있게 잘 그린 영화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영화에게 모든 찬사를 붙이는 것은 좀 엉성하지 않는가?

     

    Written by 두루미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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