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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객 섭은낭 (刺客聶隱娘 The Assassin)_예술은 시간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감상기/Movie Talk 2016. 3. 1. 11:23

    자객 섭은낭

    (刺客聶隱娘 The Assassin)


    Film by

    허우 샤오시엔

    (侯孝賢 / Hsiao-hsien Hou)

     





    - 예술은 시간이 필요하다 -



    서론

       이 영화가 무협이라는 단어 안에서 이야기되어진다면 허우 샤오시엔 감독에게 실례를 범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무협을 넘어 ()’를 느끼는 경지에 이르게 하고 그 지각 점에서 다시 ()’를 느끼게 한다.

       영화에서 액션은 단지 섭은낭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역할일 뿐 주가 되지는 않는다. 이는 검술이 주가 되는 무협영화에 대한 반항일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이 영화는 우리에게 혁명으로서 다가온다.




    본론

    관점 -

       난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감독의 관점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장르로서는 무협과 액션으로 구분이 되지만, 실상 액션이 화려하다거나 무협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싸우는 장면이 있지만 그것은 단지 스토리상 흐름을 위한 약간의 연결고리일 뿐 주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협영화와는 상반된 내러티브를 구성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허우 샤오시엔의 관점은 싸움에 있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인간에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그는 은낭이에게서 자객이라는 표면적 지위가 아닌 그녀의 내면적 슬픔을 보았다. 그리고 그 부분을 카메라를 통해 깊고 차분하게 관찰한 것이다. 우리는 그 관찰점을 바라보고 있고, 그런 사실주의적 화면들은 그녀의 마음을 공감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하였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일반적인 무협지와는 상반된 길을 걷게 된다. 느긋하고 묵직하다. 화려하지 않고 투박하다. 대사는 정보제공의 역할을 할뿐 감정적 호소에 매달리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지루한 감이 있을 수 있으나 은낭이의 마음을 헤아려 간다면 결코 지루한 영화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감독의 이런 관점은 틀린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일반적인 무협영화를 상상한 분들에게 크나큰 실망일 수 있겠으나 감독이 풀어낸 내러티브는 너무나 따뜻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기나긴 싸움을 벌이지만 은낭이는 결국 그곳을 떠나 자신을 보듬어준 소박한 가정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피를 나눈 사이도 아니다. 단지 은낭이의 상처를 치료해준 사람들일 뿐이다. 은낭이는 그 누구도 죽이지 않고 계급구조를 뛰쳐나온다. 자신을 키워준 스승마저 져버릴 정도로 그녀는 피를 보아야하는 싸움에 싫증이 난 상태이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그녀는 저 멀리 떠나버린다. 싸움의 ()’를 지각한 그녀는 그곳을 떠나버리게 되고 자신의 모든 복수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계급이 간섭하지 않는 조촐한 초가집아래에서 ()’를 찾게 되며 그렇게 그녀는 행복을 찾아 떠난다. 영화가 시작하고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던 그녀의 얼굴에 그 순간 미소가 번지게 된다. 조촐한 초가집 아래에서 미소를 띠우는 은낭이를 통해 우리는 행복을 찾은 그녀의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그들(자객들) 또한 싸움을 떠나선 작은 인간에 불과함을 영화의 내러티브와 그와 어울리는 영화적 이미지들로 구성하여 우리에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관점은 이러하였고, 이는 무협의 공식을 거슬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혁명으로 느껴진다. 화려한 액션을 멋들어지게 표현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절제를 택하였다. 그건 인간의 내면에 깊게 들어가고자 했던 감독의 관점이었고, 그 관점을 지키고자하는 지조는 우리에게 무협의 새로운 관점을 느끼게 해주었다.





    현실로서 -

       지루하다는 평을 많이 받는 영화이다. 하지만 난 그와 반대로 지루함이 아닌 우리가 처한 상황을 너무 뼈아프게 그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지점을 느낀 이유는 바로 감독이 느긋하게 그려나간 사실주의적 접근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많은 음악과 과한 액션들이 난무하게 되었다면 은낭이에게 귀를 기울이지 못했을 것이고, 카메라의 넓은 화각이 없었다면 현실(또는 사회)와 은낭이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접근성은 2016년이 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알레고리를 내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것은 권력과 개인의 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를 더 이야기해보자면 권력을 가진 싸움을 영화적(극적)이라는 서사에 가두지 않고 현실과 부딪히게 하여 2016년도에도 개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그 무리를 바라봐야하는지 일깨워주고 있다.

       은낭이가 혼란을 겪은 이유는 왕실이라는 틀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왕실의 화려한 건물구조들을 자주 보여주는데 이는 단순한 미적접근이 아닌, 은낭이가 행복을 느끼는 조촐한 초가집과의 대조를 크게 이루기 위함이다. 이런 충돌적인 이미지들을 통해서 은낭이는 왕실 안에 있었기에 그런 고초들을 겪은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된다.(은낭이도 깨달게 된다.) 개인이 가지는 문제들을 넓은 화각에서 바라본다면 결국 개인이 속한 무리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감독은 그런 부분을 넓은 화각을 통해 보여주며 은낭이에게 접근한다. 이런 지점이 바로 권력과 개인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계성이 2016년이 된 지금 다수의 시민과 정치권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시대성은 다르겠지만 이 영화는 현실에 아직도 존재하는 불편한 구조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사유점이 될 수 있게 호흡을 느리게 가진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지루하기보단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역사극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나는 2016년 우리가 처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느른 호흡 안에서 내가 속한 무리에 대하여 생각해보았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하여 잘 분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렇게 현실과 영화가 함께 가지 못한다면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관객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단지 재미로서만 영화라는 예술이 끝나버린다면 그것이 예술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한 것인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마무리

    - 예술은 시간이 필요하다 -

       예술은 인스턴트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더 논리를 적용해보자면 '삶은 짧게 판단되어지는 그런 인스턴트가 아니지 않는가?' 나는 25년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중이다. 그런데 나만 그러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가고자 공부를 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 시간이 그리 짧게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삶이 인스턴트가 아니듯, 영화예술도 그러하다. 영화란 땅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기위해 시작되어진 것이다. 그만큼 영화가 가지는 예술성은 현실에 기반이 크며, 그렇기에 영화가 가지는 호흡도 굉장히 느려질 수 있다. 우리 삶의 호흡이 느리듯 영화도 그와 마찬가지다.

       <자객섭은낭>에 대하여 지루하다는 평가에 대하여 나는 위와 같은 논리로 반박하여 보고 싶다. 정말 단순한 논리일수도 있겠지만 예술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시간을 천천히 두고 여유롭게 감상해보았으면 좋겠다.


    Written by 두루미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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