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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흠.......문화예술 감상기/Movie Talk 2015. 12. 15. 12:16
<맥베스>
- 서론
이 영화에 대해서 더 다양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이 글을 시작한다. 그 이유는 일단 내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맥베스>만을 못 읽었기 때문이다. 너무 단순한 이유일수도 있겠지만, 난 이 작품을 통해 연극과 영화가 어떻게 융합되어지는지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희곡이라는 것도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그 작품만의 필체와 흐름이 있을 진대 나는 그걸 파악하고 있지 아니하여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희곡과의 연관성을 못 집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단막극 연출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는 연극이라는 분야의 특징을 숙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맥베스>희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지 못한 채 <맥베스>의 희곡과 영화의 관계성을 찾기란 여간 힘들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끄적이고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지는 연극적 요소가 너무나 터무니없음을 솔직하게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나의 개인적인 소견이다. 그러나 연극을 조금이라도 맛본 나에게 이 영화에서 연극의 장점은 묻어나지 않음을 토로하고 싶다. 그렇다고 영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인가? 어쩌면 연극적이라는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은 거짓이다. 그것 보다는 영화적인 연출이 훨씬 강하다. 영화만이 낼 수 있는 효과들이 너무 많이 내포되어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영화전체를 봤을 때 효과적이었나? 그것도 의문이 든다.
- 본론
*끊어지는 흐름과 독백
내러티브가 아름다운 독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마치 독백들을 모아 구성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 독백이 이루어지는 전 상황에 대한 감정적 이야기들은 생략이 되어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화면이 말해주고 있는 거 같긴 한데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감정이 올라가는 단계의 부분이다. 이는 이 영화가 연극의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그 독백이 가지는 언어적 아름다움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벌어진 남용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연극이라는 예술의 가치를 약간은 흐리고 있다고 본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영화처럼 필요한 것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무턱대고 대사를 뱉는 게 아니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내면에 점점 쌓여가는 어두움을 발견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다. 여기서 사용되는 표현들이 숨소리와 발동작 및 손동작 등이다. 그런 비언어적인 행동들 통해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인간의 비극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연극에서는 대사만이 아닌 비언어적 행동들을 통해 그들이 내뱉는 대사들이 정당화되며 감정을 전달하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게 결렬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면적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독백을 하는 부분을 클로즈업으로 크게 들어간다고 그 감정들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될까? 그들의 눈빛과 입술만이 그 모든 대사들을 정당화할까?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의 흐름은 이음세가 결렬된 느낌이었다.
큰 상황을 제시한 후 개인에게 들어간다. 그 개인들은 앞뒤 다 자르고 아주 중요한 순간의 감정만을, 그것도 아주 최고조의 상황에서 연기를 실시한다. 전후의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맥베스의 부인이 맥베스를 유혹하는 쇼트도 너무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가? 충실한 장군이 신뢰하는 왕을 배신하는 그 결심이 어찌 그리 간단하게 하나의 씬으로 끝나는 것인가? 그렇다면 한 씬 안에서 풍부한 표현력으로 칼을 드는 모습까지 가는 것인가? 과연?
맥베스가 닥친 상황만이 그의 독백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비극의 재미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망가져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는 것에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고스란히 담지 못했다. 초조해하는 그리고 괴리감을 느끼는 맥베스의 감정을 영화적인 기법으로 굉장히 많이 표현했을 뿐 뜬금없는 불안과 초조로 오히려 관객을 더 당황하게 만든다. 심지어 맥베스 부인의 죽음마저....... 희곡을 읽지 않고서 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적 기법
영화로서 표현할 수 있는 기법들을 많이 사용했다. 점프 컷, 분리병치, 핸드헬드, 안개를 쓰는 부분이나, 슬로우모션 심지어 사운드효과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그만큼 비극이라는 아픔이 그려졌는가?
기법들이 잘못 사용되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무언가 결렬되어있다. 배우들의 감정을 잘 대변하기는 하는 것 같지만, 뜬금없는 흐름이 그걸 가려버리는 느낌이다. 영화적 기법 때문에 더 중요한 걸 못 챙기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싸움씬들을 삭제하고 차라리 예언에 대한 맥베스의 자세를 그려보는 것은 어땠을까? 싸움이 끝나고 갑자기 마녀를 만나 뜬금없는 예언에 쉽게 빠져버리는 맥베스의 모습을 과연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희곡<맥베스>의 내용이 원래 그래’ 그러면 나는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희곡의 활자를 생각하게 한다면 그것이 희곡과 영화가 장점을 서로 교류하고 있는 모습일까? 희곡이 원래 그래서 영화의 흐름이 정당화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희곡을 읽지 않은 사람도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려고 했던 운명론의 어두운 부분을 느껴야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영화적 기법이 아마추어틱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예술이란 과해서 좋은 것이 아니요, 결핍 되서 좋은 것도 아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장한다. 여기서 쓰인 영화적 기법은 <맥베스>가 가지고 있는 희곡의 생명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영화로 새로 만들어 보려했던 노력이었다는 것. 그러나 그것이 정말 유감스럽게도 셰익스피어의 시선에서는 엇나가는 비참한 결론을 지었다는 것. 좀 심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읽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을 통해서도 이런 단절된 느낌은 없었다. 환영은 인간과 함께 공존했으며, 그들과 가지는 감정의 흐름은 언제나 자연스러웠다. <오셀로>가 의심에 병들어가는 그 모습도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졌고,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하는 고민의 기로까지 온 흐름들도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점을 잃어버려 <맥베스>를 단절시켰다. 카메라의 컷트는 스토리전체를 잘라버렸고, 그 아름다운 독백도 지루한 대사로 만들어버렸다.
- 마무리
연극과 같이 찍은 영화라고 하여 처음에 기대를 가지고 극장에 들어섰다. 연극과 영화. 같으면서도 오묘하게 다른 이 두 분야가 서로 어떻게 융합되어지는지 눈으로 지켜보고 싶었다. 그만큼 기대감이 대단히 컸다. 그러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이후 내가 느낀 것은 이도저도 아닌 영화였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적으로 희곡을 풀려했던 노력에는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극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것이 바로 성공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작품은 도전의 일부분이고 검토되어야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영화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난 스토리의 납득이가지 않으면 영화적 기법이 굉장히 조잡해 보이는 아주 괴짜 같은 관객이라 이 작품이 내 눈에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어찌되었던 연극은 무엇인가? 그리고 영화는 무엇인가? 연극이 무대라는 특수한 위치에서 보여주는 본질을 영화에 녹일 수 있다면, 영화는 아마 더 큰 발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 연극과 영화는 엄연히 다른 분야이다. 하지만, 배타적인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고 그것을 소중히 생각해주며 서로 받아들이고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은 나누어야한다.
뜬금없는 마무리지만 갑자기 오손웰스 감독의 <오셀로(1952년作)>가 생각이 난다. 2015년, 그때보다 훨씬 더 발전된 기술로 만들어낸 작품 <맥베스>. 그러나 이 작품이 63년 전 작품인 오손 웰스의 <오셀로>를 넘지 못하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Written by 두루미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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