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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Vol. 2 _ 모순문화예술 감상기/Movie Talk 2015. 9. 24. 20:09
님포매니악 볼륨 2 (2014)
Nymphomaniac: Vol. II
7.3
-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 출연
- 샬롯 갱스부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스테이시 마틴, 샤이아 라보프, 크리스찬 슬레이터
- 정보
- 드라마, 미스터리 | 덴마크,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 124 분 | 2014-07-03
<님포매니악 Vol. 2>
Nymphomaniac: Vol. 2
Film by Lars Von Trier
- 모순 -
- 서론
<님포매니악 Vol. 1>을 통해 조가 앞으로 어떤 성장통을 겪을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그리고 <님포매니악 Vol. 2>로 넘어오면서 조의 성장통은 더 격해지고, 더 슬퍼진다. 그러나 최고치에 달한 감정들이 어느 순간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 어느덧 조는 침대에 차분히 앉아 밀크티 한잔의 즐거움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결국, 인간은 인생의 타임라인 속에서 조와 같은 포인트를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이 빠르게 오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조와 같이 느리게 오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감독은 느리게 오는 한 사람의 삶을 그린 것이다. 감독이 편협적인 시선으로 또는 굉장히 변태적인 시선으로 섹스중독자에게 포커스를 둔 것이 아니다. 감독 본인은 겉으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의 이미지를 장난치듯 뿜고 있지만, 본인의 내재적인 마음은 인간의 깊은 통찰력이 기반 한 것이라고 본다. 그는 인간의 삶을 넓게 보며, 그 속에 연민을 품고 있다.
마지막 나오는 반전은 역시 라스 폰 트리에 다운 발상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약 30초의 짧은 쇼트하나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정리하는 또는, 영화를 전체적으로 다시금 생각하는 포인트를 만들어준다. 이 양면성을 띠는 결말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 밀접해 있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좀 과한 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완벽히 지울 수는 없다. 그의 영화사상은 전반적으로 성악설의 기반을 두고 있기에 난 완벽히 동의할 순 없다. 그래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감독의 내러티브에 공감하는 것은 조의 변화되어가는 모습이다. ‘악’하지만 인간 스스로 ‘구원’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어느 정도 이 감독의 통찰력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셀리그만이란 사람이 선택하는 행동의 동기가 어느 정도 논리에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불쌍한 인간이다. 이런 캐릭터들의 행동들을 나열해나가는 감독의 모습은 조금 너무하다 생각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맞아, 그럴 수 있지.’라는 공감도 자아낸다. 참 독특한 영화이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호감가지 않는 사람, 기피인물
- 본론
그녀의 미래
암흑 같은 시기를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조의 모습에 우리는 밝은 미래를 안 느낄 수가 없다. 어느 순간 그녀는 내려놓는 법을 배운 것이다. 조가 침대에 앉아 밀크티를 마시기 전 모습들을 회상해보면 절대 굽힐 줄 몰랐다. 언제나 그녀가 답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흐름에 따라 점점 무너져가는 조의 모습을 관객들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당당한 주장들 또한 그녀 스스로 불안의 기반을 둔 회피적인 모습이라고도 느껴질 것이다. 조는 본인의 삶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건 확실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과학적인 또는 이성적인 그녀의 사고였다. 마음보다는 머리가 앞섰다. 섹스를 하는 장면도 과학적인 사고의 기반을 둔 쾌락의 접근이었다. 그 접근을 계산적으로 간 것이다. 마치 수학공식처럼.......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모든 구멍을 채우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어느덧 금이 가기 시작하였고, 상담도 받는 등 나름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포인트가 그녀에게 다시 굉장한 혼란이며, 싸움이었다. 스스로를 제어해 간다는 것, 그동안 쌓아온 모든 행동적 기반을 바꾼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오르가즘에 대한 욕망을 없애기 위해 집안에 있는 모든 것을 바꾸는 모습을 보아라. 그녀의 방은 하얗게 바뀌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녀의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이런 행동과 마음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는 뜨거운 공감을 해나갈 것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녀는 단지, 남들보다 좀 큰 오점을 가지고 태어난 것일 수 있다. 선천적으로 오점을 가졌다하여 마녀사냥 하듯 그녀를 없애버려야 하는 것인가? 감독은 거기에 철저히 반대한다. 결국, 그녀의 행동적 결과는 그녀 스스로 책임져가야 할 몫이 된다는 것이고, 그 순간을 깨닫는 포인트에서 인간스스로 자아성찰의 시간을 깊게 가지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러티브를 통해 보여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더 깊게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런 포인트 점에서 구원의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감독의 깊은 표현이 아니었을까한다.
밀크티를 마시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미래가 희망적임을 느끼게 된다. 앞전에서 본 추악한 모습들 때문에 관객은 그녀를 욕할 수도 있다. 특히 남자관객은 그녀의 과분한 섹스와 쾌락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않는 행동을 바라보며 ‘남자가 너무 불쌍하다. 저런 썅년이 다 있나.’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조금 참으며 영화를 끝까지 본다면, 밀크티를 마시며 자신을 회상하는 조의 모습에 조금은 뿌듯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모순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정말 기가 찬다. 이 장면에서 셀리그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셀리그만은 여자를 취해본적이 없다. 그가 그녀를 위로하는 것은 깊게 그녀를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형식적인 측면이거나 또는 그녀의 경험과 유사한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닌, 아예 다른 상황이나 사물의 현상들을 비유적으로 말해주며 위로할 뿐이다. 결국, 그는 섹스라는 상황에 대한 감각적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그런 점을 조는 한 번에 파악한다. 그런데 그는 그녀의 이야기에 굉장히 호기심이 많다. 어쩌면 그의 모습은 여자를 만나기 싫어서가 아닌,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은 종교적인 또는 가정적인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선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약 그것이 금기였다면, 금기가 보여주는 인간의 비참함이다. 종교적이거나 정통적인 이유에서 모든 성이 제한이 된다면 그것은 셀리그만의 마지막 행동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이것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어떤 외부적 요인에 의한 제한이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괜찮다고 최면을 거는 것이다. 나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성의 제한이 아닌, 어떤 종교적인 측면이나, 정통적인 측면의 압박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성에 대한 인식에 고정관념을 가진다면 그것은 굉장히 비참해지는 것이다. 셀리그만을 보아라. 얼마나 관심이 많은가? 그도 성에 대한 부분을 포기하기는 싫었던 것이 속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는 차분하게 모든 것을 해탈한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것은 정말 모순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셀리그만처럼 착한척하지만 결국, 상대가 조금 쉬워 보이면 본성을 드러낸다. 조의 이야기를 들은 셀리그만은 그녀가 얼마나 쉬워보였을까? 그는 자기랑 한번 섹스 한다고 뭐가 다르겠냐고 그녀에게 말한다. 이 대목은 너는 이미 버린 몸인데 나랑 한번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의미이다. 그녀를 아주 쉽게 범할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보여 지는 것이 보상심리이다. ‘내가 널 구했으니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언제나 보상심리는 사람을 파괴로 이끈다. 그는 결국 그녀의 총에 죽게 된다. 아마 감독이 저런 마음을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셀리그만의 모순된 행동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순과 많이 닮아있다. 감독이 구지 셀리그만을 남자로 설정한 것은 그의 시선에서 세상의 모순 그리고 그로인한 악은 남자의 행동에 의해 발생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감독 본인이 남자이기에 자신의 저런 면을 스스로 드러내며 영화를 자신의 거울삼는 것일 수도 있겠다.
금기만이 모든 선을 이루진 않는다. 사람은 어떤 선택적 자유 안에서 스스로 진리에 도달해야한다. 셀리그만과 같은 삶의 패턴을 조심해야한다. 영화가 마지막에 셀리그만의 그런 모습을 제시한 것은 관객들에게 본인들의 셀리그만을 조심하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 저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인 반전을 넘어서 더 크게는 충격적인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던,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무리
충격의 충격이다. 이 <님포매니악 Vol. 1, 2>는 그야말로 충격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구분해야하는 것이 자극적이고 변태 같은 충격이 아니다. 이 충격은 강한 이미지에 의한 자극이 아닌, 영화가 잔인하게 포착하고 있는 인간의 어떤 본성인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려운 소재를 자신의 지조대로 풀어간 감독의 강단도 굉장히 충격적이다.
라스 폰 트리에는 생각보다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 남들과 많이 틀리다. 그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어두운 부분에 있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왜 그녀(그)가 여기까지 왔는가?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녀의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충격적인 이미지는 그 캐릭터가 가지는 삶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보이는 것이다. 그가 변태라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님포매니악 Vol. 1, 2>를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본다면 굉장한 시간낭비라고 본다. 찬찬히 그녀에 삶과 그녀에게 둘러싼 인간들의 관계에 주목하며 이 영화를 계속 곱씹어보기 바란다. 라스 폰 트리에가 설치한 카메라의 위치는 죄인을 바라보고 있을 지라도 그 시선이 절대 심판의 눈빛이 아닌, 연민의 눈빛임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Written by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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