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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미쟝센이란 이런 것이다
    문화예술 감상기/Movie Talk 2015. 8. 15. 13:54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Film by

    Krzysztof Kieślowski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 미쟝센이란 이런 것이다 -

     

     

    서론

       저번주에 <전함 포템킨>을 통하여 영화에게 편집이 어떻게 작용하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연구되어졌는 지, 아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물론, '충돌 몽타쥬'만을 다루었지만)

       그렇다면 이번에는 몽타쥬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영화를 소개하면 좋겠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면서 문득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통해 내가 경험한 미쟝센의 한 부분을 공유하고자 한다.

       <전함 포템킨>을 통하여 서론에서 밝힌바대로 영화를 크게 두 가지의 큰 갈래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몽타쥬와 미쟝센.(물론, 이것은 대단히 심플하게 구분지은 것이다. 실상 이렇게 구분 짓는 거 자체가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보지만, 비교의 이해를 쉽게하기 위한 일반화일 뿐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전함 포템킨>과 반대로 편집보다는 미쟝센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콕 집어주고 시작하겠다.

       폴란드의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TV영화 시리즈인 <십계>중 영화로 제작되어진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편집이론 만으로는 표현해 내지 못하는 영화언어란 무엇일까? 이 질문으로 본론의 문을 열어 보겠다.

     

     

     

    Krzysztof Kieślowski  (1941.06.27 ~ 1996.03.13 )

     

     

     

     

    본론

       - 키에슬로프스키?

       이 감독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는 국내에선 '삼색 시리즈'로 그 중 <블루>라는 작품을 통해 국내에 조금이나마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라 생각되어지나, 그럼에도 감독의 세계적 명성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굉장히 낮은 거 같다. 여하튼, 거두절미하고 그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그는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어나 들여 볼 필요가 있다.

       연극을 공부하고 있던 그는 졸업 후 연극보다는 다큐멘터리에 더 관심이 컷던 것 같다. 폴란드의 우츠국립영화학교를 졸업 후 연극을 포기하고 사회성이 짙은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극영화를 찍기도 하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큐멘터리 적인 기법을 차용하여 극사실주의 적인 표현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것이다. 전문 배우를 쓰기보다는 비전문 배우와 작업하는 등 현실감에 치중했던 그의 노력이 역사적 텍스트만으로도보여진다.(이는 마치 네오리얼리즘과 유사성이 있다. 참조) 그 후 그의 작품은 사회성보다는 윤리적인 부분의 포커스를 두고 작업이 이루어지는 듯 하다. 도덕적 관념에 부딪힌 캐릭터들을 많이 표현하게 되는데 <십계>시리즈, <삼색>시리즈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 시리즈 작품들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위키백과사전 참조)

     

    - 감독에게 보여지는 '미쟝센 철학'

       위에서 간략하게 그의 생애를 훑어 보았는데 여기서 내가 눈여겨 본 점은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찍어왔고, 극영화를 연출함에 있어서도 다큐멘터리적 사실성을 계속 부과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키워드가 되는 단어는 '사실(Real)'이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에게 있어 '진실'과 '사실'이라는 단어는 빠질 수 없는 키워드 인듯 하다. 그의 삶을 통해서도 리얼리즘에 대한 사색이 보여진다. 그렇다면 미쟝센 이론의 철학과 그의 삶은 과연 어떤 점이 통하고 있는 것일까?

       '미쟝센 이론'이란 앙드레 바쟁이 주장한 영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으로, '누벨바그'의 정신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그는 자신의 비평들을 통해 '미쟝센 이론'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그리고 납득이가게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미쟝센 이론'이란 무엇인가?

       바쟁은 말하였다. '몽타쥬가 지나칠 경우, 영화의 사실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 그는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데꾸파쥬(편집)을 많이 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그것은 영화가 포착하는 현실성을 훼손 시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카메라가 만들어지는 근본까지 관찰하며 이 주장을 뒷바침 한다. 움직이는 사진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인간의 욕망은 현실을 다시금 재현해 낼 수 있느냐에 대한 인간의 본능이었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편집에 의한 감독의 재구성이기 보다는 그 상황에 있는 감정 및 상황들을 그대로 다시 재현 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그의 이론은 '편집이 영화의 전부이다.'라고 말한 몽타쥬 이론에 강하게 대항하였다. 편집에 의한 것은 관객들에게 이미 연출되어졌다라는 전제를 준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영화의 언어가 편집에만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편집만이 영화가 아닌, 한 프레임 안에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있는 것도 영화의 언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찰리 채플린, 오손웰스와 같은 딥포커스기법과 와이드한 장면의 철학을 담은 감독의 작품을 호평한 것이다.(만약, 앙드레 바쟁이 현재까지 살아 있었다면,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을 극찬했을 거라고 예상한다.)

       이처럼 '미쟝센 이론'은 '편집이론(몽타쥬이론)'과 정반대의 개념이 된다. 즉, 편집에 의한 재구성의 창조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어떻게 포착하느냐의 예술로서 영화언어를 새롭게 구성한다. 그리고 이 이론은 영화에 대한 진실성과 삶에 대한 진실성까지 고찰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는 키에슬로프스키가 다큐멘터리적 접근을 한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그의 영화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도 미쟝센에 대한 그의 표현들이 어마어마하다.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에 대하여

       이 영화에서 컷과 컷에 의한 소통이 아닌, 한 프레임의 공간 안에 존재하는 소품들의 활용과 그리고 그것들을 이용한 캐릭터들의 연기로서 관객과 소통한다. 또한 배우의 연기는 그 모든 프레임의 한 조화로서 작용한다.(이는 브레송의 영향력도 있었다고 추측한다. _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참조) 그렇지만 배우들의 배재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배우들은 영화에 강력한 존재지만 프레임 안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를 구성해간다. 배우만이 보이는 것이 아닌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소품들과 그들의 관계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배우를 영화를 위한 소품으로 생각하여 일반화의 대표로만 사용했던 몽타쥬이론과는 상반 된 점이다.

       이는 영화의 첫 시작부터 보여진다. 유리를 깨고 들어오는 도메크의 모습은 깨는 행위 자체의 한 프레임으로서 영화의 의미심장함을 던지고 있다. 이는 소품과 그의 감정이 함께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에서 말한 것 같이 이 영화의 대부분은 이런 프레임의 구성과 배우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첫 프레임의 힘은 영화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 그건 도메크가 마그다에게 접근하면서 생기는 균열이며, 도메크 스스로 깨고자 했던 사랑에 대한 일반화 된 관념이다.

       후반부에서 보여지는 도메크와 마그다의 갈등은 어찌보면 사회적으로 일반화 된 사랑의 개념(고정관념일 수도 있다.)과 그렇지 않은 순수성을 간직한 사랑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가 도메크를 애무하는 모습에서 보여지듯이 그녀에게 사랑이란 고작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도메크는 그렇지 않다고 끝까지 지키는 듯 하다. 마지막 손목을 긋는 그 행동은 정신적 분열로 볼 수도 있으나, 어찌보면 누군가에게 깨닭음을 주는 마치,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비교하여 보여주는 감독의 의도였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행동과 소품을 이용한 화면구성이 사실성의 부각, 그리고 관객으로 하여금 둘의 관계를 좀 더 '나의 것' 같이 보여주는 효과를 준다. 몽타쥬와는 반대로 뜸금없는 장면의 조합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닌, 배우의 선택에 따른(또는 감정에 따른) 화면의 따라감이 있을 뿐이다. 이런 부분에서 '미쟝센 이론'이 두드러지게 보여진다는 것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면 감독이 화면에 이루는 일련의 소품들은 모두 한 프레임 안에서 그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앞전에서 소개한 유리를 깨고 들어오는 도메크의 모습이라던지, 영화 중반부에 보여지는 얼음을 귀에 대는 도메크의 모습이라던지, 또는 마지막 장면에서 손목을 긋는 모습 등(이는 예수의 못 박힘을 표현한 거라 생각한다.) 모든 일련의 한 프레임이 편집에 의한 구성이 아닌, 그 행위 자체로서 힘을 발휘한다. 이런 점이 미쟝센(Mise-en-Scene)으로서 보여 줄 수 있는 영화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미쟝센은 단지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다.

     

     

     

    - <사랑에 대한 짧은 필름>에 대한 의문점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이 영화의 모든 부분이 롱테이크로 찍혀지지 않았다는 것.(첫 장면에서 도메크가 방에 들어오는 장면은 어느 정도 컷이 들어갔다.) 두번째는 영화 마지막 장면은 비현실성이 독보인다는 점. 이 두 부분에 어느 정도 납득이 갈지는 모르겠으나, 설명 할 구실은 있다.

       첫번째를 말하자면 편집의 의도가 어땠냐는 질문이다. 몽타쥬이론의 입각한 편집은 두 컷의 충돌로 어떤 다른 정서가 도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컷과 컷은 배우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구실밖에 하지 않는다. 감독의 의도가 컷과 컷의 결합에 있지 않으며, 편집은 오로지 배우와 소품의 연결고리로서만 작용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를 말하자면, 이 영화의 모든 에너지가 감탄 할 만큼 뿜어져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실상 초현실주의적인 표현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꼬집는 것은 도메크라는 캐릭터의 마음의 사실성이 가식과 가상이 아닌 '진심'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메크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물리적으로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녀의 옆에 있었다. 그 처절한 사랑의 진실이 그에게는 한 줌 모래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장면은 초현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도메크의 감정의 진실성이 전달되어지는 이 단순한 논리만으로도 그것이 현실성과 동떨어지지 않는 느낌을 준다. 이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욕망 Blow-up)이란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조금 납득이 안갈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의 마지막은 초현실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단일 프레임으로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이 꼭 허구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거 같기도 하다.

     

     

     

    마무리

       이 영화에 대하여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지만, 몽타쥬와 비교한 부분만을 집어 보았다. <전함 포템킨>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이 두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확연하게 표현법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것이다. <전함포템킨>이 보여주는 깊이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 보여주는 깊이는 뭐가 더 우위에 있냐고 따지기 보다 그들 각자만의 고유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보는 관객들의 취향과 사고방식에 따라 선호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미쟝센'에 있다. 그래서 난 <전함 포템킨>보다 (물론, 너무 감명깊게 보았지만)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 내 가슴 속에 깊게 남아있다. 단일 프레임이 보여주는 힘! 특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 컷만으로도 모든 것을 정리하는 이 영화적 언어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적인 면들....... 난 그런 포인트에서 더 감명을 받은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이 두 영화를 보시면서 본인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는 시네마여행이 될 것 같다.

     

    Written by 두루미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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