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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과 삶에 대한 질문 <동경표류일기>
    문화예술 감상기/Movie Talk 2015. 7. 11. 23:14

     

     


    동경 표류일기 (2015)

    Tatsumi 
    8.5
    감독
    에릭 쿠
    출연
    벳쇼 테츠야, 타츠미 요시히로, 모토코 골렌트, 마이크 위루안
    정보
    애니메이션 | 싱가폴 | 96 분 | 2015-07-02

     

    <동경표류일기>

    예술과 삶에 대한 질문

     

    Film by 에릭 쿠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넘쳐나는 스토리에 혼을 담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타츠미 요시히로의 삶과 그의 만화를 영상으로 옮겨놓은 영화 <동경 표류일기>. 만화 작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우리에게 선사하며, 표현이라는 업을 가진 모두에게 예술의 리얼리즘(사실주의)’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금 곱씹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저 대사는 환상을 현실로, 현실을 환상으로 합쳐 버렸다. 호접지몽이란 장자의 말이 딱 맞아 들어맞는 영화이다.

     

     

     

     

    - <동경 표류일기>의 내러티브

     

       이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일단, 내러티브에 대한 정의를 하고 본 영화로 넘어가보자.

       ‘내러티브란 사전적의미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야기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를 다루는 문학이나, 연극, 영화에서 내러티브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전개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러티브를 어떻게 구성 하냐에 따라 같은 소재의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이다. ‘복수라는 한 소재를 가지고 어떤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영화의 전개나 표현되어지는 것이 달라진다. 같은 소재라 하여도 감독이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의 스타일에 따라 그 작품은 좌지우지 된다.

       이 영화를 깊게 보기 위해선 이런 내러티브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영화라는 예술이 보여주는 내러티브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본다. 타츠미 요시히로의 삶과 그의 작품을 병행해가는 내러티브의 구성은 그의 만화작품이 진짜인지, 그의 삶이 진짜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관객에게 그의 만화와 그의 삶은 하나였다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에서도 극화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타츠미 요시히로의 작품과 그의 삶을 병행하는 내러티브의 구성은 감독의 탁월한 선택 이였다고 본다. 만약 그런 내러티브의 구축이 아니었다면, 일본의 위대한 만화작가의 그저 단순한 자서전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릭 쿠 감독의 선택은 단순한 자서전의 기록영화가 아닌 예술영화로 승화시키고 있다. 만화작품을 병행한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무엇보다 타츠미 요시히로가 꿈꾼 만화에 대한 철학을 관객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의 실제 삶과 그의 작품을 같은 타임 테이블에 배열하며, 가상의 만화와 현실을 오묘하게 조합시켜 놓았다. 이는 현실과 만화세계를 조화시키려했던 타츠미 요시히로 작가의 철학을 따라가는 구성인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감동이 안 몰려올 수 없는 이야기의 구성이었다. 이 작품의 내러티브에 박수를 보낸다.

     

     

     

     

     

    - 역사 속에서 예술 그리고 리얼리즘(사실주의)’

     

       역사 속에서 예술의 흐름을 파악하여 보면 정말 독특하게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아있음을 볼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져야만 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보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 속에서 예술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을 보지 못하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인간은 역사 속에서 예술을 통하여 끊임없이 위안을 받고 현실을 조율하여왔다. 이와 가장 밀접한 접근성을 가진 것이 리얼리즘(사실주의)’이라는 사조라고 생각한다.

       ‘리얼리즘(사실주의)’이란 사조는 정말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이 사조의 노력은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관객에게 삶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어떤 동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 부여된 동력은 현실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조율하여 준다. 물론, 조율이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은 언제나 따라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세상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뿐만 이겠는가? 조율뿐만 아니라 현실에 던져진 우리에게 크나큰 위로를 준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예술은 현실과 예술의 거리를 갈라놓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 속 상황과 주인공에게 쉽게 감정이 이입된다. 그리하여 관객은 쉽게 울기도하고, 웃기도 한다.

       예를 하나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헨리 입센의 <인형의 집>이란 희곡은 리얼리즘 극의 하나로 뽑힌다. 당시 여성에 대한 억압을 잘 그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 희곡은 페미니스트들에게 큰 호감을 받았다. 여성의 편이 되어준 그가 너무나도 고마웠던 것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억압된 누군가가 위로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헨리 입센은 페미니스트의 만찬에 초대되어 그들의 크나큰 환호와 감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헨리 입센이 한 말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난 페미니즘을 지지하려고 이 극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렸을 뿐이죠.”

     

       이 말의 의미는 누군가를 지지하려는 자의가 예술로서의 위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순되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예술로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위로하며 사회의 모순을 조율하게 된다. 이는 리얼리즘(사실주의)’이라는 표현방식이 주는 굉장히 독특하고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앞 문단에서 리얼리즘의 독특한 매력을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동경표류일기>라는 영화를 좀 더 깊게 감상하고자하는 주춧돌을 새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타츠미 요시히로가 창시한 극화는 리얼리즘(사실주의)’이라는 개념과 땔래야 땔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동심에서 벗어나 어른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만화로서 담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이 영화를 통하여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왜 그가 현실을 그토록 객관적인 눈으로 표현하고자하였는가?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현실에 직면한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다. 주인공들은 현실이라는 외나무다리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비도덕적인 선택을 한다. 스스로 이것이 최선이라고 자기 자신을 위로하지만, 그 선택에 대하여 양심의 가책과 슬픔을 느끼며 살아간다. 작가가 만든 이런 캐릭터의 상황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실제 현실 속(일본의 전후 상황 등)에서 그려지는 인물들의 감정이다. 이외의 극적인 장치를 덧붙이지 않는다. 또한 어떤 긍정적인 미화를 설치하지 않는다. 실제 현실 속에서 슬퍼하는 캐릭터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런 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도 저 만화 속 캐릭터와는 다를 것이 없음을 느낀다. 이 포인트에서 그의 극화는 어른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현실을 조율할 의지를 부여한다. 그가 극화를 통하여 리얼리즘(사실주의)’의 만화를 창조하고자 했던 점은 아마 이 부분이 아닐까? ‘위로현실에 대한 조율이것이 <동경표류일기>가 보여주는 리얼리즘(사실주의)’의 힘이 아닐까 한다.

     

     

     

     

    마무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동경표류일기>를 통하여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현실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현실을 살아간다. 예술도 어찌 보면 현실에 기반을 둔 그림자일 뿐이다. 예술이 정말 감동적으로 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포인트는 나의 삶이 일치되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리얼리즘(사실주의)’은 삶의 일치를 높이는 표현 방식이다. 타츠미 요시히로의 만화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가슴을 두들기는 것은 아마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얼마 않았으면 영화가 스크린에서 내려올 것 같다. 예술과 삶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를 이번기회에 많은 분들이 꼭 경험했으면 좋겠다. <동경표류일기> 많은 분들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Written by 두루미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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