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감상기/Movie Talk

<스틸앨리스>Still Alice, 잔잔하게 몰려오는 사랑의 물결

Mr. C 2015. 5. 23. 12:11

 

 

<스틸 앨리스>

- 잔잔하게 몰려오는 사랑의 물결 -

 

   많은 분들이 <스틸 앨리스>를 보러 극장에 방문하시는 것 같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족단위로도 이 영화를 많이들 감상하시는 것 같아 보기가 너무나 좋다. 개봉을 한 뒤 조금 늦게나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잔잔하게 사랑이 몰려오는 영화였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너무나 강렬했다. 이런 류의 영화들에서는 눈물 샘을 자극하려는 영화적 요소들이 많이 가미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거의 뺀 것 같다. 오로지 앨리스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아주 조용하게 따라간다.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 흐름과 구도를 보면서 어느 순간 이 영화는 나와 동화되는 느낌을 가진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앨리스 처럼 또는 앨리스의 자식들 처럼 감정의 이입이 일어난다. 이 영화가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속에 아주 조용하게 스며들어가는 듯하다.

   이 영화를 보고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모든 기억을 잃었을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가지는 무엇인가?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비워냈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떨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영화는 마지막에 '사랑'이라는 대답을 준다. 앨리스는 기억을 잃었다. 그러나 한가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기억과 무관하게 앨리스에게 남은 것일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도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나 또한 언젠가 기억을 잃어 갈 것이다. 사람은 이상한 그릇을 가지고 있다. 채우면 채울수록 낡아진다. 그리고 언젠간 결국 채운 것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가진다. 그런데 우리가 한가지 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그릇이 낡아져 가고, 깨어져 간다하여도 '사랑'은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을 더 깊게 생각해보면 사실 지키는 것이 아닌거 같다. '사랑'은 그냥 나에게 있는 것이다. 떨어트려놓고, 붙여놓고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그냥 '나' 자체이기에 앨리스 또한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사랑'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너무나도 고난이도 였다. 내면의 연기를 한다는 것이 배우들에겐 너무나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그런데 줄리안 무어는 당당하게 이것이 내면의 연기다라고 보여준 것 같다. 앨리스라는 현명하고 가정을 사랑하는 한 여인이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을 아주 절제되게 표현함으로서 그녀의 감정이 우리에게 조용하고, 아주 살갑게 다가온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장면을 더욱더 크게 빛나게 한다. 어른이라는 개념의 모습이(앨리스가 대학교 교수로서의 모습) 아이같아지는 모습이 되어지고, 거기서 그녀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내뱉었을 때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를 존재하게 했다.

 

 

 

 

   이 영화가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는 것은 잔잔한 사랑의 메아리가 그리운 대한민국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곳곳에서 인간상실에 대한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우린 고도화된 세상 속에 있고, 나 또한 그런 사회의 일부분으로 어쩔땐 지칠때가 너무나도 많다. 겹겹이 쌓인 어떤 굴레 속에서 우리는 흔히 말하는 '사회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지혜롭게 살아남으려고 머리를 어떤 이상한 잔머리를 굴리기도 한다. 그런데 왜 난 이런 무리에 속해있는가라는 질문을 가끔 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가정의 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나의 어머니 또한 언젠가 앨리스가 될 것이고, 나 또한 앨리스가 될 것이다. 그런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준비과정은 고도화된 첨단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랑'은 어찌보면 스크린 위나 캔버스 위에서 다시금 은미해볼 기회를 가지는 것 같다. 나는 그런 기회를 이 영화를 통해 가졌다. 그리고 상막한 마음에 무언가 수분을 보충한 느낌이다. 나처럼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잔잔한 사랑의 물결을 달콤하게 맛보았으면 좋겠다.

 

Written by 두루미

사진출처-다음영화